Tuesday, July 17, 2018

독서 - 박노자 - <당신들의 대한민국>


저자 박노자는 꽤 특별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한국학을 전공하고 고려대학교로 교환학생도 왔었다. 러시아에 있을때 이미 한국의 역사와 전통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후 한국에 와서 한국사람과 결혼하고 한국으로 귀화했다. 현재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에서 한국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지금은 온갖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살고 유창한 한국말을 하며 예능프로에 나오지만 박노자가 한국에 처음 온 90년대 말, 이 책을 쓴 2001년에 박노자같은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요즘 타일러같은 사람들이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서양인, 백인;;)으로 유명하지만 일찍이 박노자가 있었던 셈이다.

(내가 꼬꼬마이던) 2001년에 러시아 출신, 문과, 대학원생의 시각으로 보는 한국이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종종 한국의 ‘빨리빨리’나 ’냄비근성’을 예찬한다. 빨리빨리 대응하고 중요한 이슈에 일순간이나마 확 관심이 쏠린 덕분에 한국은 엄청나게 빠른 발전을 이뤄냈다! 경제적인 측면만 이야기하는것이 아니다. 2001년과 2018년의 한국은 동성애, 양심적 병영거부, 페미니즘 등 여러 방면에서 참 다르다. 교수도, 학교도, 대학원생도 많이 달라졌다. 인종주의는 아직 갈길이 멀지만 본격적인 논의가 벌어지고있다. 군대도, 사회에서 군대 문화를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사대주의는 줄었고 한국인은 보다 당당해졌다. 우리는 민족주의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쿨’해졌다. 2001년의 박노자의 예측과 희망사항이 어떻게 되어나 복기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한국의 발전이 미미했다면 쏠쏠보다는 씁쓸할것이다.

씁쓸한 부분도 있다. 박노자는 언론이 교수에게 주는 거대한 발언권을 지적한다. 이는 이제 일반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문제다. ‘서심곽교’(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나 숭실대학교 배명진 교수같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너무너무너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인터뷰를 많이 하는 교수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사회에서 교수의 의견은 과대평가되어있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2001년에 박노자가 가지고있던 문제의식에 정확히 동의하는 바이다. 촛점을 명확히 하자. 이 점은 교수의 문제라기보다 언론의 문제다. 그리고 내가 볼 때 지난 10-20년간 가장 발전이 더딘 분야가 언론이다. 

아무튼, 너무너무 유명한 책이고, 나온지 오래된 만큼 새롭게 돌이키는 재미가 있는 좋은 책이다.


PS. 책 뒷표지와 책날개에 출판사에서 적어놓은 문구에선 박노자라는 특수한 한국인을 타자화하는 시선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책 뒷부분에서 상당한 분량을 들여 한국 사회의 인종주의를 지적한다는걸 생각하면 매우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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