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February 17, 2019

독서 - "Hannah Arendt: The Last Interview: And Other Conversations"

아마존 책 링크 (영문)

박완서의 말과 보르헤스의 말(너무 조금만 읽어서 후기는 작성 안함)에 이어 읽어본 대담집. 한나 아렌트의 사상에 대해 아는것이 전혀 없었지만 왜 읽었느냐? 사상(지식)보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재밌어서가 아닐까. 한나 아렌트의 이야기는 <시사인물사전 2>의 소개를 참조. 책은 절반 읽었고 그 뒤로 한 3주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다가 지인에게 줬다. 

학술적으로 많은 기여를 했겠지만 한나 아렌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있었던 전범재판 중 거물급 나치인 아이히만의 재판에 참관하고 이에 대해 쓴 칼럼으로 논란과 함께 유명해진다. 더군다나 한나 아렌트는 독일에서 자라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유태인인데, 이 칼럼에서 그는 아이히만을 수동적으고 '무뇌'스러운 영혼없는 공무원이 명령을 열심히 따르고 그 결과 반인륜적인 범죄에 가담하게 된 사람으로 묘사하였다. 여기에서 한나 아렌트가 사용한 표현은 benality로 평범성 내지 진부함으로 흔히 번역한다.

우선 용어의 번역. 평범성보다 진부함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평범이라는 말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통계적인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진부함이라는 것은 어떤 특질에 새로울것이 없다는 뜻이고. Benal의 뜻을 찾아보면 
"so lacking in originality as to be obvious and boringsongs with banal, repeated words.
이라고 나오는데 이에 따르면 '진부함'이라는 번역이 더 구체적이고 정확하다.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내용은 무엇인가? 이걸 논하려면 대담집이 아니라 한나 아렌트의 원문을 읽어야하므로 생략하겠다. 요약은 여기저기에(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에 속았다 (이동기 교수아렌트는 아이히만을 비웃었다 (조태성 기자)) 잘 나와있다.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내용은 어떤 '질문'의 답변인가? 좀 길지만 "대체 인간과 사회의 어떤 특질이 나치가 저지른 전범과 같이 거대한, 그러나 본인은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악행의 원인이 되는가?"가 아닐까한다. 재판을 관찰하며 한나 아렌트는 그들이 일반적인 강력범죄자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예컨대 어두운 성격이나 세상에 대한 적의, 피해자에 대한 분노 등이 없다는 것. 나는 평범한 대중들도 그렇다/그럴 수 있다는 주장이랑 조금 다르다고 본다. 한나 아렌트는 애당초 비범죄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것이 아니다. 그가 관찰한 전쟁범죄자들이 갖고있는 특징에 대해 쓴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안의 일베 (박권일)같은 관점과는 다르다. 박권일은 일베 유저가 아닌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했다.

한나 아렌트는 왜 굳이 그런 이야기를 했나? 대담집을 읽다보면 상당히 사상이 불온한; 사람이라는걸 알 수 있다. 뭔가 익명 계정으로 패드립도 잘칠것같은 스타일. 자연히 남들이 잘 이야기 하지 않는 측면이 눈에 띄었고 그걸 이야기한것이 아닐까. 나는 이런 주장에 별 거부감이 없다. 다만 발화자의 사회적 책임에 따라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아껴야 하는 말이 있다. 그런데 한나 아렌트가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싶다.

사실 포스팅 쓰면서 열심히 생각해봤고 책은 좀 편안하게 읽었다. 독일어로 진행된 인터뷰를 영어로 번역한것이라 읽을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