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13, 2019

독서 - 안녕 헌법 -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시사저널 책 소개 링크


나는 헌법의 내용을 알고싶을 뿐인데 왜 저자들의 주관과 감정까지 읽어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이게 내 요구사항과 저자들의 의도가 불일치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얼마든지 주장을 해도 되지만, 글에서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사실과 그 해석, 우리의 현실, 저자의 생각을 잘 구별해서 적으면 된다. 객관과 주관을 문장단위로 바꿔대니 독자는 피곤하다.

흔히 볼 수 있는 좌파의 감정과잉을 우파가 보면 이런 느낌일까.

독서 - 언어의 온도, 이기주

책이 너무 별로이므로 링크는 달지 않는다. 표지 디자인이나 제목에서 풍기는 감성부터가 나와 충돌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번 1/10정도는 읽어보려고 했었다만 10장도 안읽었다. 이렇게 못 쓴 책이 잘 팔린다는게 뭘까. 

이 책 표지엔 이런 말이 적혀있다.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그게 뭐 어쨌다는건가? 대체 이렇게 차갑지도 뜨겁지도 날카롭지도 않은 말이 표지에 적혀있다는것 자체가 내가 읽어선 안되는 책이라는 의미다.

한장 넘기면 책날개엔 이렇게.

"이기주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쓴다.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은밀하게 꽃을 올려놓는다."

예상했을지 모르지만 여기에서 내가 가장 맘에 안드는 부분은 바로 "은밀하게"다. "은밀하게" 라는 말을 여기에서 대체 왜 했지? 과장해서 예를 들면, 저기에 "내밀하게" 라고 적었으면 훨씬 더 이상했겠지. 상당히 설명이 어렵지만 나는 저 "은밀하게"라는 말을 쓰고싶어서, 그 표현에서 풍기는 느낌이 맹목적으로 좋아서 맥락에 안어울리는데도 무리를 해가며 썼다고 생각한다.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섬세한 것은 대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예민합니다.

우리말이 대표적입니다. 한글은 점 하나, 조사 하나로 문장의 결이 달라집니다. 친구를 앞에 두고 "넌 얼굴도 예뻐"하려다 실수로 "넌 얼굴만 예뻐"라고 말하는 순간,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됩니다."

여기에서 남은 희망을 완전히 접었다. 아니, "넌 얼굴도 예뻐"라고 말하려다가 실수로 "넌 얼굴만 예뻐"라고 말해본사람? 대체 어떤 멍청이가 그런 실수를 한단말인가?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모든 말을 기억할순 없지만 아마도 "넌 **도 ##"라고 칭찬하려다가 "넌 **만 ##"라고 실수한 적은 정말 단 한번도 없을거라는데에 돈을 상당히 많이 걸 자신이 있다. 아니 뭔 말이 되는 예를 들어야지. 
사소한거지만, 서문의 시작이 이따위인데 대체 이 사람이 쓴 글을 내가 왜 읽어야 하는지? 몇 장 더 읽고 끝냈다.


참고로, 내용이 신변잡기라 싫은게 아니다. 박완서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는 대놓고 잡담만 하는데다가 대단한 교훈을 설파하지도 않고 박완서는 글에서 종종 찌질하며 편견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발 더 양보해, 사고에서 배울게 있다면 작문은 구려도 된다. 
아 정말.. 이 책이 100만권이 넘게 팔렸다는게 너무 어이가 없을뿐이다. 주변에 <좋은 생각>,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슬기로운 이야기> 등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걔네들이 훨씬 낫다.

Tuesday, January 8, 2019

독서 - 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 및 재식주의자 - 곽재식




곽재식 작가님의 재미있는 작품을 거울에서 공짜로만 읽기 미안하기도 하고, 단편만 보다보니 장편은 어떻게 쓰시나 궁금해서 <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를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상상력을 갖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듣는 맛은 여전히 쏠쏠합니다. 리디북에 가서 목차를 보시면 알겠지만, 무려 장이 58개나 되는데 분량에 비해 아주 많은 편이죠. 각 장은 채 몇 페이지가 되지 않고 심지어 한 문장으로 된 장도 있습니다. 마치 신문에 연재되는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네요. 그리고 이렇게 장으로 나눠놓으니 자연스레 각 장마다 적당한 집중력을 배분하게 되고, 그래서 분량이 적은 장에선 상대적으로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재밌는 독서 경험입니다. 장편이라 더욱 풋풋함 터지구요.

<재식주의자>는.. 저는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한가지 바람은, 지금처럼 다작을 하셔도 감사히 읽지만 평소에 자주 쓰시는 인물이나 배경, 주변 상황이 겹치지 않는, 철두철미하게 준비하신 장편을 읽었으면 하네요. 물론 작가님도 그런 점을 잘 알고 계실테니 막연히 기대해봐도 좋지않나 합니다.


Sunday, December 30, 2018

독서 - 언어 본능 - 스티븐 핑커



90년대 초반에 나온, 언어학계의 유명한 책입니다. 자연어 처리에 관심이 많아서 겸사겸사 교양으로 읽어봤습니다. 이 블로그의 내용 요약을 참고하실만한데, 요약이다보니 언어학적인 이야기가 주로 나오지만 실제로 책을 읽으면 비전공자에게도 그럭저럭 읽힙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언어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본능이다"라는 것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연구 사례를 많이 소개합니다. (그게 뭐였는진 거의다 까먹었습니다.)

이 책이 나온지 24년이 지났네요. 아무래도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이 있겠죠? 예를 들어 기계 번역(Machine translation)은 최근 몇년간 엄청난 발전이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허술한 자동 번역은 옛날얘기죠. 물론 아직도 갈길이 멉니다만.

언어학 공부하시는 분들이야 이미 아실테고.. 자연어 처리 연구하시는 분들에게도 일독 내지 반독쯤 권해드립니다. 그 외에도 인간과 언어에 호기심을 갖고있다면 얼마든지 읽으시길. 

독서 - Hunger - Roxanne Gay


"나쁜 페미니스트"로도 유명한 록산 게이의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읽으면서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록산 게이가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끔찍한 삶의 일면을 마주하는게 쉬운일이 아니더군요.

이 블로그에 있는 본문 발췌를 한번 보셔도 좋을듯합니다.
TED 강연도 하나 첨부합니다. 





독서 - Everybody lies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

yes24 소개

서평을 보고 예상했던 대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여럿 나오긴 한다. 여러 사례를 자세히 읽으면서 설문 조사의 문제점과 사람들의 행동방식, 본성에 대한 생각을 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한편 사회학의 본질적인 한계인 검증불가능/재현불가능성 때문인지 몰라도 종종 논리가 허술한 것은 단점. 그리고 당연하게도 서평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하다. 아,  경마/말 품종 관련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 아마도 데이터 분석 측면에서 흠잡을 구석이 없는 이야기라 그런듯.

원문으로 읽었는데 상당히 잘 읽힘. 베스트셀러라 그런지 미국 아마존에서 중고책 매물도 많고 가격도 쌉니다.

독서 - 천천히 그림 읽기 - 조이한, 진중권

천천히 그림 읽기 - yes24 미리보기

어릴땐 코로도 안보던 그림인데, 언젠가부터 기회가 되면 미술관을 간다. 물론 기회가 된다는게 친구가 놀러와서 런던이나 뉴욕 구경을 시켜주면서 겸사겸사, 혹은 내가 새로운 도시에 가보는 등의 수동적인 상황이지만 일단 그렇게 되면 적극적으로 간달까. 아마도 2014-2015년 쯤 브리티시 갤러리에서 본 반 고흐의 Wheat field with cypresses가 제일 큰 자극이었던걸로 기억한다.


2015년에 방문했던 스페인 말라가의 피카소 박물관도 마찬가지.



아직도 그림은 시각적 자극 및 감정적 이해정도로만 감상하지만 이정도만 해도 18세기 이후의 그림은 얼마든지 재미있게 본다. 그러나 아는만큼 보인다고, 특히 미적 경험으로서의 가치가 다소 애매한 르네상스 이전의 그림은 흘낏 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다들 비슷하겠지. <조이한, 진중권의 천천히 그림읽기>는 나같은 사람에게 잘 맞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기나긴 미술사를 연대순으로 다루거나 하면 굉장히 지루할텐데, 각 장마다 대뜸 그림을 보여주고 질문을 던진다. 무려 99년에 나온 책이고 나도 10년 가까이 안읽고 갖고있다가 최근에 읽었다.

총 7장 중 6장 "그림에는 요란한 의미의 움직임이 있다"를 진중권씨가, 나머지를 조이한씨가 집필했다. 그리고 6장만 상당히 진지하다. 딱히 통일성을 갖추려고 노력을 한것같진 않다. 교양서적으로는 조이한씨가 쓴 부분이 쉽고 편하다.